의료 감수: 박석민 한의사 (대표원장)
거식증·폭식증과 자가항체 — 섭식장애가 면역계와 연결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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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식증·폭식증과 자가항체 — 섭식장애가 면역계와 연결될 수 있을까요?

음식에 대한 두려움, 통제할 수 없는 식욕의 폭발, 그리고 끊임없이 반복되는 불안감. 섭식장애는 단순한 심리적 문제가 아닌, 우리 몸의 복잡한 시스템, 특히 면역계와 깊이 연결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최근 연구들은 거식증, 폭식증과 같은 섭식장애의 기저에 자가면역 반응이 숨어 있을 가능성을 제시하며, 이는 섭식장애를 겪는 많은 분들에게 새로운 희망과 이해의 단초를 제공합니다. 본 글에서는 섭식장애와 자가항체의 연관성을 탐구한 주요 연구를 심층 분석하고, 한의학적 관점에서 면역 조절의 가능성을 모색합니다.
섭식장애, 의지가 아닌 몸의 문제일 수 있습니다
섭식장애는 종종 개인의 의지 박약이나 심리적 취약성으로 치부되곤 합니다. 하지만 많은 환자들이 "먹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게 아니에요. 먹으면 안 된다는 느낌이 온몸을 덮어요"라고 호소하듯, 이들은 스스로 통제하기 어려운 강력한 신체적 신호를 경험합니다. 최근 연구들은 이러한 신호가 단순히 심리적인 것을 넘어, 우리 몸의 면역계와 신경 내분비계의 복잡한 상호작용에서 비롯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특히 특정 자가항체가 뇌의 식욕 조절 중추를 교란함으로써 섭식 행동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섭식장애 환자의 뇌하수체 결합 자가항체: PNAS 연구 분석
2002년 PNAS(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에 발표된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의 연구는 섭식장애와 자가면역 반응의 연관성을 밝히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했습니다. 이 연구는 DSM-IV 진단 기준을 충족한 17~42세 여성 섭식장애 환자 57명(거식증 28명, 폭식증 22명, 혼합형 7명)과 건강한 여성 대조군 13명의 혈청을 면역조직화학 기법으로 분석했습니다.
섭식장애 환자 74%에서 자가항체 확인

연구팀은 섭식장애 환자 혈청을 쥐의 뇌하수체 절편에 반응시켰을 때 놀라운 결과를 발견했습니다.
- 자가항체 검출률: 섭식장애 환자 57명 중 42명(74%)에서 멜라노트로프(melanotrope) 및/또는 코르티코트로프(corticotrope)에 결합하는 항체가 확인되었습니다.
- 대조군 검출률: 대조군 13명 중 2명(16%)에서만 유사한 반응이 관찰되었습니다.
- 뇌 신경세포 선택적 결합: 양성 반응을 보인 환자 혈청 42개 중 8개(약 20%)는 시상하부 궁상핵(arcuate nucleus)의 α-MSH 양성 신경세포 및 그 투사 경로에 선택적으로 결합하는 특성을 보였습니다.
환자군과 대조군 간의 현저한 검출률 차이(74% vs. 16%)는 섭식장애 발생에 자가면역적 요소가 깊이 관여할 가능성을 강력하게 시사합니다. 이는 섭식장애가 단순히 심리적 요인만으로 설명될 수 없는 복합적인 생물학적 기전을 가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멜라노코르틴 회로를 표적으로 하는 자가항체
연구팀은 자가항체의 표적 항원을 명확히 밝히기 위해 흡착(adsorption)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환자 혈청에 α-MSH(알파-멜라노사이트 자극 호르몬), ACTH(부신피질자극호르몬), β-엔도르핀 등 특정 펩타이드를 사전 흡착시킨 후 면역 염색 강도의 변화를 관찰했습니다.
- α-MSH 흡착: 10⁻⁶ M 및 10⁻⁵ M 농도의 α-MSH를 흡착시켰을 때, 뇌 내 신경 세포체와 신경 말단 모두에서 염색이 완전히 소실되었습니다. 이는 자가항체가 α-MSH를 주된 표적으로 삼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 ACTH 흡착: 일부 혈청에서는 ACTH 흡착 후 뇌하수체 멜라노트로프 및 코르티코트로프 염색이 감소했습니다.
- β-엔도르핀 흡착: β-엔도르핀 흡착은 염색 강도에 유의미한 변화를 주지 않았습니다.
- LHRH 항체: 거식증 환자의 혈청 3개에서는 정중융기(median eminence)의 LHRH(황체형성호르몬 방출호르몬) 말단에 결합하는 항체가 확인되었고, 이 중 2개는 LHRH 흡착으로 염색이 소실되었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섭식장애 환자 중 일부에서 뇌의 식욕 조절 및 내분비 기능을 담당하는 핵심 펩타이드인 α-MSH와 LHRH를 직접적으로 표적 삼는 자가항체가 존재함을 구체적으로 입증합니다.
멜라노코르틴 회로와 식욕 조절의 연결고리
α-MSH는 시상하부 궁상핵의 POMC(프로오피오멜라노코르틴) 신경세포에서 생성되며, MC3 및 MC4 수용체를 통해 식욕 억제와 체중 조절에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연구팀은 자가항체가 이 중요한 멜라노코르틴 회로를 교란할 수 있는 몇 가지 기전을 제안했습니다.

- 혈뇌장벽 외부 접근: 궁상핵의 내측 일부는 혈뇌장벽 외부에 위치하여, 혈액 내 자가항체가 직접 접근하여 신경세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 혈뇌장벽 통과 및 수용체 방해: 일부 자가항체는 혈뇌장벽을 통과하여 MC4 수용체 신호를 방해함으로써 식욕 조절 기능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 염증성 사이토카인 조절 교란: α-MSH는 IL-1α, TNF-α와 같은 염증성 사이토카인의 생성을 억제하는 기능이 있습니다. 자가항체가 이 α-MSH의 기능을 차단한다면, 염증 반응이 증폭되고 이는 식욕 억제 효과를 과도하게 유발할 수 있습니다.
- 세로토닌 농도 변화: α-MSH와 LHRH는 세로토닌 결합 부위를 공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자가항체가 이 부위를 점유할 경우 세로토닌 농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거식증 환자 혈장에서 세로토닌 수치가 높게 측정된다는 기존 연구 결과와도 일치합니다.
이러한 가설들은 자가항체가 뇌의 복잡한 식욕 조절 메커니즘을 다양한 방식으로 교란하여 섭식장애 증상을 유발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자가항체 형성의 배경 — 스트레스와 면역 활성화

그렇다면 이러한 자가항체는 왜 섭식장애 환자에게서 더 자주 발견될까요? 연구팀은 자가항체 형성의 배경으로 만성 스트레스와 면역 활성화에 주목했습니다. 거식증 환자에게서는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HPA axis)이 만성적으로 활성화되어 코르티솔 수치가 높은 경향이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대조군에서 α-MSH 항체가 확인된 2명 모두 혈장 코르티솔 수치가 정상 이상으로 높았습니다.
이는 자가항체의 존재가 반드시 섭식장애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심각한 만성 스트레스 상태에서도 유사한 면역 반응이 나타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만성 스트레스는 면역계에 영향을 미 미치고 자가면역 반응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는 중요한 요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섭식장애 환자들에게서 나타나는 자가항체는 질병의 원인이자 결과, 또는 스트레스 반응의 한 형태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A)
Q. 섭식장애가 자가면역 질환으로 분류될 수 있나요?
A. 현재 거식증·폭식증은 공식적으로 자가면역 질환으로 분류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본 연구를 포함한 여러 데이터들은 일부 환자에서 면역계가 관여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으며, 이는 향후 추가 연구를 통해 보다 명확히 밝혀져야 할 영역입니다.
Q. α-MSH 자가항체 검사를 받으면 섭식장애 여부를 진단할 수 있나요?
A. 이 연구는 진단 검사가 아닌, 질병의 병태 생리를 탐색하는 기초 연구입니다. 자가항체 검출이 대조군(16%)에서도 나타났으며, 아직 임상 진단 기준으로 확립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자가항체 검출 여부만으로 섭식장애를 진단하기보다는, 전문가와의 종합적인 임상 평가가 필수적입니다.
Q. 한의학 치료가 섭식장애의 면역적 측면에 도움이 될 수 있나요?
A. 한의학에서는 HPA 축 조절, 자율신경 균형 회복, 소화기 기능 강화 등을 통해 전반적인 신체 항상성 회복을 목표로 합니다. 면역 조절, 스트레스 완화 및 신체 회복을 돕는 한의학적 접근은 섭식장애의 면역학적 측면에 대한 보조적 역할을 기대해 볼 수 있습니다. 개개인의 체질과 증상에 맞춘 맞춤형 치료를 통해 신체 균형을 되찾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출처:
Fetissov, S. O., et al. (2002). Autoantibodies to α-MSH, ACTH, and LHRH in anorexia nervosa and bulimia nervosa.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99(26), 17154-17159. DOI: 10.1073/pnas.262660199
인천 송도 국제 신도시 이레한의원은 섭식장애를 포함한 자가면역 및 신경 내분비계 불균형 관련 질환을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몸이 스스로를 공격하는 듯한 신호 앞에서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게 느껴지실 수 있습니다. 논문이 증명하듯, 섭식장애는 의지의 실패가 아니라 복잡한 신경 면역학적 기전이 얽혀 있는 상태일 수 있습니다.
몸의 신호를 함께 읽어가며, 그 회복 과정에 이레한의원이 동행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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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 면책 고지: 이 글의 내용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질병의 진단이나 치료를 위한 의학적 조언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질병 진단 및 치료는 반드시 의료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