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감수: 박석민 한의사 (대표원장)
안구건조증의 기본 병리와 한의학 치료 효과
목차
눈이 뻑뻑하고, 이물감이 들고, 오후가 되면 침침해지는 안구건조증은 전 세계 인구의 5~50%가 겪는 매우 흔한 눈 표면 질환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늘어나고, 특히 아시아인에게 더 흔합니다. 단순히 눈물이 부족한 문제로만 여기기 쉽지만, 실제 병의 뿌리에는 눈 표면의 만성 염증이라는 훨씬 복잡한 과정이 있습니다. 오늘은 안구건조증의 기본 병리가 무엇인지, 그리고 한의학 치료가 여기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2022년 국제 의학지 Frontiers in Medicine에 실린 최근 종설을 통해 리뷰해보겠습니다. 이 논문은 안구건조증을 면역·염증의 관점에서 재조명하고, 한약을 포함한 치료법을 함께 정리한 리뷰입니다.
안구건조증은 단순한 '눈물 부족'이 아니다
과거에는 안구건조증을 그저 눈물이 마르는 병으로 보았지만, 지금은 눈물막의 불안정과 눈물 삼투압 상승, 그리고 염증이 서로 맞물려 악화되는 질환으로 이해합니다. 흔한 증상은 건조감, 이물감, 화끈거림, 가려움, 빛 번짐, 눈 충혈, 시야 흐림, 눈의 피로 등이며, 심하면 각막 상피가 손상되어 시력에까지 영향을 줍니다.
기본 병리 — 염증의 악순환
안구건조증의 핵심 병리는 하나의 '악순환'으로 요약됩니다. 아래 도식이 그 전체 흐름을 보여줍니다.

시작은 눈 표면에 가해지는 세 가지 스트레스입니다. 건조 스트레스, 산화 스트레스, 그리고 눈물 삼투압이 높아지는 고삼투압 스트레스입니다. 이 스트레스들은 눈 표면 세포 안의 신호전달 스위치를 켭니다. 대표적인 것이 MAPK 계열(JNK, ERK)과 NF-κB입니다. 이 스위치가 켜지면 염증을 일으키는 물질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종양괴사인자(TNF-α), 인터루킨-1β(IL-1β)와 IL-6 같은 염증성 사이토카인, 그리고 조직을 분해하는 효소인 기질금속단백분해효소(주로 MMP9)입니다.
여기에 더해 NLRP3 인플라마좀이라는 또 다른 염증 장치가 작동해 IL-1β와 IL-18을 성숙시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염증 물질들은 항원제시세포(APC)를 성숙시키고, 성숙한 항원제시세포는 림프관을 타고 림프절로 이동합니다. 림프절에서는 공격 성향의 T세포(Th1, Th17)가 만들어져 다시 눈 표면으로 되돌아옵니다.
돌아온 T세포가 내뿜는 인터페론감마(IFN-γ)와 IL-17이 문제를 키웁니다. IFN-γ는 눈물막의 안정에 필요한 결막 술잔세포의 분화를 떨어뜨리고, IL-17은 각막 상피의 방어벽 기능을 무너뜨립니다. 두 물질은 또다시 염증성 사이토카인과 MMP, 세포 부착분자의 생성을 늘려, 항원제시세포를 다시 성숙시킵니다. 이렇게 염증이 스스로를 증폭시키는 고리가 완성됩니다. 그 결과 눈물막은 점점 더 불안정해지고 눈물 삼투압은 더 높아지며, 이것이 또 새로운 염증을 부릅니다. 바로 이 악순환이 안구건조증을 만성으로 끌고 가는 기본 병리입니다.
이 관점이 중요한 이유는 치료의 방향을 바꾸기 때문입니다. 눈물만 보충해서는 이 고리를 끊을 수 없습니다. 악순환의 여러 지점, 즉 염증 신호전달과 면역세포의 활성을 함께 다스려야 근본적인 관리가 가능해집니다. 그래서 최근 치료의 흐름은 '항염증'과 '면역조절'로 향하고 있습니다.
기존 치료의 한계
현재 표준 치료는 인공눈물로 눈 표면을 적셔주는 것입니다. 눈물점 마개로 눈물이 빠져나가는 것을 줄이거나, 눈꺼풀 물리치료로 마이봄샘 기능을 되살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런 방법들은 증상을 줄여줄 뿐 완전히 없애지는 못합니다. 중등도 이상의, 눈 표면 염증을 동반한 안구건조증에서는 스테로이드나 사이클로스포린 같은 항염증·면역억제 치료가 필요합니다. 이들은 효과가 있지만 장기간 사용 시 부작용과 한계가 있어, 여러 표적에 부드럽게 작용하는 대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한의학 치료 — 다표적 항염증과 자음(滋陰)
이 논문이 특별히 한 절을 할애해 다룬 것이 바로 한의학 치료입니다. 중국은 오랜 세월 한약으로 안구건조증을 치료해 왔고, 최근 연구들은 한약 추출물이 여러 표적에 동시에 작용하는 다표적 효능을 지녔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안구건조증처럼 여러 요인이 얽힌 악순환 질환에서는, 한 곳만 막는 약보다 여러 지점에 함께 작용하는 접근이 오히려 유리할 수 있습니다.
한의학은 중년 이후, 특히 폐경기 여성에게 흔한 안구건조를 간과 신장의 음이 부족해진 상태, 즉 간신음허(肝腎陰虛)로 이해합니다. 눈의 건조함과 이물감은 이 음허가 겉으로 드러난 것으로 보고, 음을 보하고 간을 맑혀 눈을 밝히는 자음청간명목(滋陰淸肝明目)의 원리로 접근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논문이 정리한 한약 추출물들이 앞서 설명한 염증 악순환의 서로 다른 단계에 각각 개입한다는 것입니다. 병리 단계별로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악순환의 출발점인 스트레스 단계입니다. Lycium barbarum L. 추출물은 산화 스트레스를 줄였고, Hippophae rhamnoides L.의 종자유는 눈물막의 삼투압을 유지해 고삼투압 스트레스를 완화했습니다. 악순환에 불을 붙이는 세 가지 스트레스 중 산화와 고삼투압 스트레스를 상류에서 누른 것입니다.
다음은 염증 매개물이 쏟아지는 단계입니다. 신호전달이 켜지면서 만들어지는 TNF-α, IL-1β, IL-6 같은 염증성 사이토카인의 발현을, Dendrobium officinale Kimura et Migo, Prunella vulgaris L., Cornus officinalis Sieb. et Zucc., Buddleja officinalis Maxim., Prunus armeniaca L. 등의 추출물이 억제했습니다. 이 사이토카인들은 악순환을 돌리는 핵심 연료이므로, 이 단계를 누르는 것이 염증 고리를 끊는 직접적인 지점이 됩니다.
또 다른 염증 장치인 NLRP3 인플라마좀 단계에도 개입합니다. Polygonum cuspidatum Sieb. et Zucc.에서 얻은 성분(polydatin)은 결막 조직에서 NLRP3의 발현을 억제해, IL-1β와 IL-18을 성숙시키는 이 경로를 차단했습니다.
염증이 면역세포를 불러 모으는 단계도 겨냥합니다. 눈 표면으로 면역세포가 몰려들게 하는 세포 부착분자(ICAM-1)를, Prunella vulgaris L. 추출물이 결막 상피세포에서 낮추었습니다. 세포 부착분자가 줄면 염증세포의 침윤이 억제되어 악순환의 확대가 둔화됩니다.
마지막으로, 악순환이 망가뜨린 하류의 눈물막을 회복시키는 단계입니다. Dendrobium officinale Kimura et Migo 물 추출물은 결막 세포에서 물 통로 단백질인 아쿠아포린-5(AQP5)와 뮤신(MUC5AC)의 발현을 끌어올렸습니다. 아쿠아포린-5는 삼투압에 따라 세포막으로 물을 나르는 통로로 안구건조 상태에서 그 발현이 줄어 있는데, 이 물 통로와 눈물막을 이루는 뮤신을 함께 회복시켰다는 것은 눈물의 양과 질을 동시에 겨냥했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Cornus officinalis Sieb. et Zucc.와 Polygonum cuspidatum Sieb. et Zucc.은 눈물막 안정에 필요한 결막 술잔세포가 소실되는 것을 막았고, 여러 추출물이 눈물 분비를 늘리고 눈물막파괴시간을 개선해 무너진 눈물막을 다시 안정시켰습니다.
정리하면, 이들 추출물은 스트레스 상류부터 사이토카인, NLRP3 인플라마좀, 세포 부착분자, 그리고 눈물막 회복이라는 하류에 이르기까지 악순환의 여러 마디에 나누어 작용했습니다. 하나의 표적을 강하게 막기보다 여러 지점에 동시에 개입하는 이 다표적 성격이, 여러 요인이 얽힌 안구건조증의 병리와 잘 맞아떨어집니다. 논문은 단일 성분 추출물을 넘어 여러 약재를 조합한 한약 처방과 탕약도 흔히 쓰이며, 현대 의학이 아직 이상적인 치료에 이르지 못한 만큼 한의학의 강점을 살려 양방 치료를 보완하는 한·양방 병행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제언합니다.
정리 — 병리와 치료를 잇는 하나의 선
안구건조증의 기본 병리는 눈물막 불안정과 삼투압 상승, 그리고 이를 매개하는 염증의 악순환입니다. 눈 표면의 스트레스가 신호전달을 켜고, 면역세포와 염증 물질이 서로를 부추기며 고리를 완성합니다. 논문의 결론은 이 악순환을 끊는 것, 즉 여러 신호전달 경로를 억제하거나 여러 표적에 작용하는 한약을 활용하는 것이 안구건조증 치료의 핵심 전략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의학 치료가 주목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앞서 살펴본 한약 추출물들은 눈물 분비를 늘리고, 물 통로와 뮤신을 회복시켜 눈물의 질을 높이며, 동시에 TNF-α·IL-1β·NLRP3 같은 염증의 여러 지점을 함께 눌렀습니다. 하나의 표적이 아니라 악순환의 여러 마디에 부드럽게 작용한다는 점이, 다인성 질환인 안구건조증과 잘 맞습니다.
다만 함께 짚어야 할 한계가 있습니다. 위에서 소개한 한약재의 효과는 상당수가 동물 실험과 세포 실험을 통해 확인된 것으로, 사람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이중맹검·위약대조 임상시험은 아직 부족합니다. 논문 저자들도 한약의 치료 효과를 확정하려면 잘 설계된 사람 대상 임상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명확히 밝히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글은 안구건조증의 병리를 이해하고, 한의학 치료가 어느 지점에 작용하는지 그 원리와 근거를 살펴보는 것으로 받아들이시는 것이 정확합니다.
인천 송도 이레한의원은 안구건조증을 단순한 눈물 부족이 아니라, 눈 표면의 만성 염증과 몸 전체의 음허가 함께 얽힌 문제로 봅니다. 인공눈물로 표면을 적시는 것을 넘어, 염증의 악순환을 가라앉히고 눈물을 만들어 내는 기능 자체를 돕는 방향으로, 환자 한 분 한 분의 체질과 상태에 맞추어 신중하게 접근하겠습니다.
이 글은 Ling J, Chan BC, Tsang MS, et al (2022) Current Advances in Mechanisms and Treatment of Dry Eye Disease: Toward Anti-inflammatory and Immunomodulatory Therapy and Traditional Chinese Medicine. Frontiers in Medicine 8:815075 를 정리한 것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인공눈물을 계속 넣는데도 왜 낫지 않나요?
A. 안구건조증의 뿌리에는 눈 표면의 만성 염증이 있기 때문입니다. 인공눈물은 표면을 적셔 증상을 덜어주지만, 염증이 스스로를 증폭시키는 악순환 자체를 끊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중등도 이상에서는 염증을 가라앉히고 눈물 분비 기능을 돕는 접근이 함께 필요합니다.
Q. 한약이 안구건조에 어떻게 작용하나요?
A. 여러 지점에 동시에 작용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연구에서 여러 한약 추출물은 눈물 분비를 늘리고, 물 통로 단백질(AQP5)과 뮤신을 회복시켜 눈물의 질을 높이며, TNF-α·IL-1β 같은 염증 물질과 NLRP3 인플라마좀을 함께 억제했습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음을 보하고 간을 맑혀 눈을 밝히는 원리로 설명합니다.
Q. 그럼 한약만으로 안구건조증을 치료할 수 있나요?
A. 아직 그렇게 단정하기는 이릅니다. 소개된 효과의 상당수는 동물·세포 실험 단계의 근거이고, 사람 대상 임상시험은 더 필요합니다. 논문도 한의학이 현대 의학 치료를 보완하는 한·양방 병행을 제안합니다. 개인의 상태에 맞추어 전문 한의사의 진료를 거쳐 접근하시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 본 글은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정확한 진단·치료는 전문 의료기관에서 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