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감수: 박석민 한의사 (대표원장)
쇼그렌증후군은 왜 생기나 — 침샘 염증을 이끄는 T세포의 모든 것
목차
쇼그렌증후군에서 침샘과 눈물샘을 망가뜨리는 진짜 주인공은 자가항체를 만드는 B세포가 아니라, 그 뒤에서 판을 짜는 T세포라는 근거가 쌓이고 있습니다.

쇼그렌증후군은 침샘·눈물샘에 면역세포가 침윤하며 분비 기능이 떨어지는 전신 자가면역질환입니다. 입마름·눈마름·피로·관절통이 대표 증상이고, 환자의 약 60%는 류마티스관절염·갑상선질환·루푸스 같은 다른 자가면역질환을 함께 가지며, 환자의 9할 가까이가 폐경 전후 여성입니다. 오랫동안 'B세포가 자가항체를 만들어 병을 일으킨다'고 여겨졌지만, 정작 B세포를 없애는 치료는 뚜렷한 효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오늘은 면역학 리뷰 논문을 통해, 이 질환의 병리에서 T세포가 무엇을 하는지를 아형별로 차근차근 정리해 보겠습니다. 다소 전문적이지만, 병이 진행되는 '기전'을 이해하면 검사 수치와 증상이 왜 그렇게 움직이는지도 보이기 시작합니다.
핵심부터 — 왜 'T세포 주도 질환'이라 부르나
침샘 조직을 현미경으로 보면, 병의 초기에 모여드는 세포의 대부분이 T세포입니다. 이미 1983년에 침샘 침윤세포의 75% 이상이 CD4 양성 T세포라는 보고가 있었고, 최근에는 CD8 양성 T세포의 병적 역할도 비중 있게 밝혀졌습니다. T세포가 활성화되면 조직이 손상되고 분비 기능이 떨어집니다. 흥미로운 점은, 혈액에서는 CD4 T세포가 오히려 줄어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T세포가 혈액을 떠나 침샘으로 '이주'해 그곳에 자리 잡기 때문으로 해석됩니다. 즉 병의 무대는 혈액이 아니라 침샘 조직 안입니다.
CD4 T세포 — 여러 얼굴을 가진 지휘자들
CD4 T세포는 한 종류가 아니라 여러 아형으로 나뉘고, 각 아형이 병의 서로 다른 단계에 관여합니다.
Th1 세포는 인터페론감마(IFN-γ)를 뿜어내는 아형으로, 침에서 IFN-γ·종양괴사인자(TNF-α)·인터루킨6(IL-6)이 늘어난 것과 맞물립니다. Th1은 배중심(GC, 항체 정밀화가 일어나는 구조)이 아직 없는 비교적 이른 병변에서 우세합니다. 반면 Th2 세포(GATA3·IL-4 관련)는 B세포가 심하게 쌓인, 배중심이 형성된 진행된 환자에서 주로 나타납니다. 같은 병이라도 단계마다 주연 배우가 바뀌는 셈입니다.
Th17 세포는 IL-17·IL-22를 만드는 아형으로, 류마티스관절염·건선 등 여러 자가면역질환의 핵심입니다. 쇼그렌증후군에서도 침샘 도관 주변의 T세포 밀집 구역에서 IL-17이 증가하고, 질병 활성이 높은 환자일수록 혈중 Th17 비율이 올라갑니다. Th17이 만드는 IL-17은 침샘 상피의 결합을 느슨하게 만들고 기질분해효소(MMP)를 끌어내 조직을 직접 망가뜨립니다.
여포보조 T세포(Tfh)는 B세포를 돕는 전문가입니다. IL-21을 분비해 배중심 형성, 항체의 친화도 성숙, 기억 B세포 생성을 떠받칩니다. Tfh는 환자의 혈액과 침샘에서 늘어나 있고, 그 수치가 질병 활성도 지표(ESSDAI)와 비례합니다. 이소성 림프조직(ELS, 침샘 안에 생긴 가짜 림프절 같은 구조)이 있는 환자일수록 Tfh 침윤이 두드러집니다. Tfh가 과해지면 B세포 선택이 어긋나, 자가반응성(자기 조직을 공격하는) B세포까지 살아남게 됩니다.
조절 T세포(Treg)는 면역을 가라앉히는 브레이크 역할인데, 이 질환에서는 그 역할이 불확실하고 종종 망가져 있습니다. 특히 IL-2가 부족하면 Th17을 억누르는 힘이 약해지고, IL-12나 IL-6 같은 염증 신호에 노출되면 Treg가 오히려 IFN-γ나 IL-17을 만드는 '변절한' 세포로 바뀌기도 합니다. Th17은 늘고 Treg는 줄거나 불안정해지는 'Th17/Treg 불균형'이 병의 중증도와 비례합니다. IL-27로 유도되는 또 다른 조절세포 Tr1 역시 환자에서 감소해 있어, 브레이크 전반이 헐거워진 상태로 볼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Tfh를 견제해야 할 여포조절 T세포(Tfr), 그리고 IL-21·IL-17·IFN-γ를 강하게 뿜어내며 침샘으로 이동하는 CCR9 양성 T세포가 늘어, B세포 과활성을 부추깁니다.
아래는 이 질환에서 어떤 사이토카인(면역세포가 주고받는 신호물질)이 어디서 나와 무슨 일을 하는지 정리한 논문 원문 표입니다. T세포 아형들이 만들어내는 신호의 전체 지도라고 보시면 됩니다.

CD8 T세포와 조직상주기억세포(TRM) — 침샘을 직접 부수는 일꾼
최근 연구의 가장 중요한 전환은, 침샘 조직 손상의 상당 부분을 CD8 T세포가 직접 일으킨다는 점입니다. 침샘 안 T세포의 대부분은 그 자리에 눌러앉은 '조직상주기억 T세포(TRM)'인데, 그중 다수가 CD103·CD69를 가진 CD8 양성 TRM입니다. CD103은 상피세포의 E-카드헤린에 달라붙는 '닻' 역할을 해서, CD8 T세포가 선방·도관 상피세포에 바짝 붙어 있게 만듭니다. CD69는 이 세포가 혈류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붙들어, 침샘에 계속 머물게 합니다.
이렇게 상피에 밀착한 CD8 TRM은 IFN-γ와 함께 그랜자임B·퍼포린(세포를 직접 죽이는 물질)을 방출해 도관·선방 세포의 세포자멸(아폽토시스)을 유도합니다. 실제로 동물 모델에서 CD8 T세포를 표적해 제거하자 조직 손상이 크게 줄고 침샘 기능이 회복됐습니다. 오래도록 'CD4가 주범'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직접적인 파괴는 CD8 TRM이 맡고 CD4는 주로 사이토카인을 뿌려 하류 반응을 증폭하는 쪽이라는 그림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CD4도 CD8도 아닌 이중음성(DN) T세포는 IL-17을 자발적으로 만들며 혈액에서 늘고 침샘으로 침윤하는데, 환자의 DN T세포는 스테로이드(덱사메타손)에 반응하지 않아 치료 저항성과도 연결됩니다. γδ T세포·점막연관불변T세포(MAIT)·iNKT 같은 선천 T세포도 부위에 따라 늘거나 줄며 병리에 가세합니다.
T세포는 어떻게 켜지나 — 세 개의 신호
T세포가 활성화되려면 세 가지 신호가 필요합니다. 첫째는 항원 제시입니다. 수지상세포·대식세포·B세포 같은 항원제시세포가 자가항원을 T세포에 보여줍니다. 쇼그렌증후군에서는 HLA-DR·HLA-DQ 유전자형이 발병 위험과 연관되고, 침샘 상피세포(SGEC) 자신도 인터페론 자극을 받으면 MHC 분자를 끌어올려 '비전문 항원제시세포'로 변신합니다. 손상·세포자멸한 상피세포에서 Ro/SSA·La/SSB 같은 자가항원이 노출되는 것이 시발점이 됩니다.
둘째는 공자극 신호입니다. 활성화된 항원제시세포와 상피세포가 CD80·CD86·CD40 같은 분자를 내걸어 T세포 활성화를 강하게 밀어줍니다. 셋째는 사이토카인입니다. 특히 IL-7·IL-12·IL-18이 핵심인데, IL-7은 환자의 T세포에서 IFN-γ와 IL-17 분비를 강하게 끌어올리고, IL-12는 IFN-γ 생산을 유도하며 쇼그렌 유사 증상과 직접 연결됩니다. 이 세 신호가 겹치면서 T세포가 과하게, 그리고 반복적으로 켜집니다.

활성화의 결과 — 염증이 스스로를 키우는 악순환

한번 켜진 T세포는 여러 경로로 염증을 스스로 증폭합니다.
첫째, 항원 제시를 더 강화합니다. T세포가 만든 IFN-γ는 상피세포가 MHC와 부착분자를 더 내걸게 해, 더 많은 자가항원이 제시되는 고리를 만듭니다.
둘째, 림프구를 끌어모읍니다. 침샘 상피세포는 IFN-γ에 자극받아 케모카인 CXCL9·10·11을 분비하고, 이를 받는 CXCR3 양성 T세포가 침샘으로 몰려듭니다. CCL19·21, CCL17·22, CCL25 등 다양한 케모카인이 함께 작동해 T세포·B세포·단핵구를 불러들입니다. 모여든 세포가 다시 신호를 내며 침윤이 침윤을 부릅니다.

케모카인(면역세포를 특정 부위로 유인하는 신호물질)이 어떤 세포를 어디로 불러들이는지는 아래 표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셋째, B세포를 활성화합니다. Tfh가 IL-21·IL-4·CXCL13을 내며 B세포의 생존·증식·항체 생성을 돕고, 침샘 안에 배중심을 만듭니다. IL-22는 이소성 배중심 형성을 촉진합니다. 이렇게 침샘 안에 형성된 이소성 림프조직에서 자가항체가 대량 생산되고, 이 구조는 림프절 종대·림프종 위험과도 연결됩니다. 쇼그렌증후군 환자의 B세포 림프종 발생률은 일반 인구의 15~20배에 이릅니다.

넷째, 브레이크가 풀립니다. 앞서 본 Th17/Treg 불균형으로 조절 기능이 약해지면서 염증을 멈출 힘이 사라집니다.
다섯째, 조직이 손상됩니다. IFN-γ는 상피세포의 밀착연접을 흩트려 투과성을 높이고 Fas를 통한 세포자멸을 유도하며, IL-17·IL-22는 분비 기능을 직접 떨어뜨립니다. 세포자멸로 깨진 상피에서 또 자가항원이 쏟아져, 악순환의 연료가 됩니다.
여섯째, 대사에도 영향을 줍니다. IL-17·IFN-γ·IL-6·TNF-α 같은 염증물질이 인슐린 저항성과 연관되어, 이 질환 환자에서 이상지질혈증·당뇨·고요산혈증의 빈도가 높아집니다. 침샘에 지방조직이 늘면 다시 IL-6·IL-17 분비를 자극해 염증을 보탭니다. 면역과 대사가 서로를 악화시키는 또 하나의 고리입니다.
치료는 어디를 겨냥해야 하나

병리의 무게중심이 T세포로 옮겨가면서, 치료 표적에 대한 시각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B세포를 없애는 리툭시맙은 결과가 엇갈렸고, TNF 차단제는 건조 증상에 뚜렷한 효과가 없었습니다. 반면 T세포의 공자극을 막는 아바타셉트(CTLA4-Ig)는 조직·혈청·임상 지표에서 개선 가능성을 보였는데, 이는 CD4뿐 아니라 CD8 T세포의 기능까지 억제하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다만 아직 효과가 확립된 단계는 아니며, 앞으로는 침샘 안 CD8 T세포의 신호 경로를 더 정밀하게 겨냥하는 방향이 과제로 제시됩니다. 핵심은 '자가반응성 T세포만 골라 억제하되 정상 면역 감시는 보존하는' 표적을 찾는 일입니다.
인천 송도 이레한의원은 쇼그렌증후군을 비롯한 자가면역질환을 오랜 기간 살펴왔습니다. 건조 증상이라는 결과만 쫓기보다, 그 바탕에 있는 면역 흐름과 검사 수치의 변화를 함께 읽어가며 몸 전체의 균형을 고려하는 관리를 지향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쇼그렌증후군은 B세포 때문이라고 들었는데, T세포가 더 중요한가요?
A. B세포가 자가항체를 만드는 것은 맞지만, B세포를 없애는 치료가 기대만큼 효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침샘에 가장 먼저, 가장 많이 모여드는 세포가 T세포이고, 조직을 직접 손상시키는 데도 CD8 T세포가 깊이 관여한다는 근거가 쌓이면서 'T세포 주도 질환'이라는 시각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Q. T세포가 침샘을 직접 망가뜨리나요?
A. 일부는 그렇습니다. 침샘 상피에 달라붙은 CD8 조직상주기억 T세포는 그랜자임B·퍼포린·IFN-γ를 방출해 분비세포의 세포자멸을 직접 유도합니다. CD4 T세포는 주로 염증물질을 뿌려 하류 반응을 증폭하는 간접 방식으로 손상에 기여합니다.
Q. 그럼 면역을 억제하면 낫나요?
A. 무작정 면역 전체를 누르면 감염 위험이 커지고 부작용도 생깁니다. 그래서 자가반응성 T세포나 특정 사이토카인만 골라 겨냥하는 표적 치료가 연구되고 있지만, 아직 사람 대상으로 확립된 단계는 아닙니다. 구체적인 진단과 치료는 반드시 전문 의료기관에서 받으시기 바랍니다.
이 글은 다음 논문을 토대로 정리했습니다. Yao Y, Ma JF, Chang C, et al (2020) Immunobiology of T Cells in Sjögren's Syndrome. Clinical Reviews in Allergy & Immunology.
⚠️ 본 글은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정확한 진단·치료는 전문 의료기관에서 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