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감수: 박석민 한의사 (대표원장)
쇼그렌증후군 구강건조증의 병리적 원인 — 침 속 뮤신(MUC7)의 변화
목차
쇼그렌 증후군 환자의 입이 마르는 이유가, 침의 '양'이 아니라 침을 이루는 끈끈한 단백질의 '구조 변화'에 있다면 어떨까요?
쇼그렌 증후군은 면역세포가 침샘과 눈물샘을 공격해 분비 기능을 떨어뜨리는 자가면역질환으로, 입마름(구강건조)이 가장 이르고 흔한 증상입니다. 오늘은 이 구강건조의 병리적 원인 가운데 한 가지인 침 속 점액소(뮤신)의 변화를, 환자 25명과 건강한 대조군 35명의 침을 정밀 분석한 연구를 통해 리뷰해보겠습니다. 치료법보다는 '왜 침이 촉촉함을 잃는가'라는 분자 수준의 기전에 초점을 맞춥니다.

침은 왜 촉촉하고 끈끈한가 — 뮤신과 당사슬

침은 단순한 물이 아니라, 물·이온·여러 단백질이 섞인 복잡한 액체입니다. 그중 촉촉함과 윤활, 끈끈함을 만드는 핵심이 점액소(뮤신)입니다. 침에는 큰 뮤신 MUC5B와 작은 뮤신 MUC7이 있는데, 둘 다 세린·트레오닌이 많은 중심 뼈대에 당사슬(O-글리칸)이 빽빽하게 붙은 구조입니다. 이 당사슬은 뮤신 전체 질량의 80%에 이를 만큼 비중이 큽니다. 당사슬 끝에 붙은 시알산은 음전하를 띠어, 물분자를 끌어당겨 수분막을 만들고 분자들끼리 서로 밀어내며 뮤신을 길게 뻗은 형태로 유지합니다. 바로 이 음전하 당사슬이 침의 수분 보유력과 윤활성을 좌우합니다.
양은 그대로인데 질이 달랐다

연구의 첫 번째 핵심은 의외의 결과였습니다. 환자와 대조군의 뮤신 단백질 농도는 MUC5B, MUC7 모두 비슷했습니다. 즉 침을 만드는 단백질의 양 자체는 줄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단백질에 붙은 당사슬의 양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단백질 대비 당화 비율이 MUC7에서 환자 2.42 대 대조군 15.88로 크게 낮았고(P<0.0001), MUC5B도 1.79 대 7.77로 같은 경향을 보였습니다. 단백질은 그대로인데 당옷만 얇아진 셈입니다. 문제는 뮤신의 양이 아니라 질, 정확히는 당화의 손상에 있었습니다.
핵심 변화 — MUC7의 시알산 감소

당화 손상의 정체를 추적하자 시알산 감소가 드러났습니다. 침 속 총 뮤신 시알산은 환자 97.29 대 대조군 147.6으로 유의하게 줄었습니다(P=0.041). 질량분석으로 MUC7의 당사슬을 하나하나 뜯어보니, 줄어든 것은 특정 구조였습니다. 가지가 뻗고 시알산이 두 개 붙은 이른바 확장 코어2 이중시알화 구조가 환자에서 크게 감소한 것입니다(시알화 코어2: 환자 41.4 대 대조군 64.5, 이중시알화: 26.7 대 45.3). 그중에서도 가장 큰 구조(푸코스가 붙은 확장 코어2 이중시알화)는 환자가 대조군의 거의 절반에 그쳤습니다(11.2 대 21.4, P=0.04). 반대로 코어1 황산화 구조와 중성 당사슬은 오히려 늘어, 음전하를 띤 큰 당사슬이 줄고 그 자리를 작고 단순한 구조가 메운 양상이었습니다.
왜 시알산이 줄면 입이 마르나

여기서 병리의 핵심 고리가 드러납니다. 시알산의 음전하는 물분자를 붙잡아 뮤신 둘레에 수화막을 만들고, 음전하끼리의 반발로 뮤신을 길고 빳빳한 선형 구조로 펼쳐 놓습니다. 시알산이 줄면 이 두 가지가 동시에 무너집니다. 물을 붙잡는 힘이 약해져 점막을 적시는 능력이 떨어지고, 펼쳐져 있던 뮤신은 빽빽하게 뭉친 공 모양 덩어리로 변합니다. 실제로 뮤신에서 당사슬을 제거하면 길게 뻗은 섬유가 아니라 촘촘한 구형 응집체가 된다는 점이 다른 연구에서 확인된 바 있습니다. 결국 시알산이라는 음전하의 소실이 침의 수분 보유력과 윤활성을 떨어뜨려 구강건조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침의 물성도 함께 무너진다

이런 분자 변화는 침의 실제 물성으로 나타났습니다. 자극받지 않은 전체 침의 분비율은 환자 0.15 대 대조군 0.41 ml/분으로 절반 이하였고(P<0.0001), 점막에 남아 입안을 적시는 잔류 침도 입천장·볼·혀·아랫입술 네 부위 모두에서 유의하게 줄었습니다. 특히 침이 실처럼 늘어나는 성질(스핀바카이트)은 환자 4.67 대 대조군 28.54 mm로 거의 6배 차이가 났습니다(P<0.01). 흥미롭게도 잔류 침의 양이 줄었는데도 그 안의 뮤신 농도는 오히려 짙어졌는데, 이는 당화 손상으로 수분막이 얇아져 물이 빠진 결과로 해석됩니다. 침의 양뿐 아니라 끈끈함과 윤활이라는 기능적 물성까지 함께 잃은 것입니다.
건조함은 하나가 아니라 누적된다

이 연구가 특히 의미 있는 지점은, 구강건조가 단일 원인이 아님을 보여 준 것입니다. 침 분비율, 점막의 잔류 침, 그리고 MUC7의 코어2 이중시알화 함량 — 이 세 가지가 누적적으로 환자의 건조감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분비율이 낮아도 시알산이 잘 유지된 일부 환자는 건조함을 덜 느꼈고(이른바 시알산 보상군), 반대로 여러 요인이 한꺼번에 무너진 환자일수록 불편이 컸습니다. 같은 침샘 기능 저하라도 환자마다 체감이 다른 이유, 그리고 침이 적게 나오지 않는데도 입이 마르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있는 이유를 분자 수준에서 설명해 주는 단서입니다.
당화 변화가 남기는 또 다른 흔적

시알산이 줄고 말단 갈락토스가 드러난 당사슬은 곰팡이(칸디다)가 더 쉽게 달라붙게 만들어, 쇼그렌 환자에서 잦은 구강 칸디다증과도 연결됩니다. 또 환자에서 늘어난 코어1 황산화 구조는 류마티스 관절염에서도 관찰되는 변화로, 일부 황산화 당사슬이 면역수용체(TLR-4)를 통해 염증성 사이토카인(IL-6·TNF-α)을 유발할 수 있다고 보고됩니다. 이는 당화 변화가 단순히 염증의 결과가 아니라, 염증 과정에 능동적으로 관여할 가능성까지 시사합니다.
이상의 내용은 다음 연구를 토대로 정리했습니다. Chaudhury NMA, Proctor GB, Karlsson NG, Carpenter GH, Flowers SA (2016) Reduced Mucin-7 (Muc7) Sialylation and Altered Saliva Rheology in Sjögren's Syndrome Associated Oral Dryness. Molecular & Cellular Proteomics 15(3):1048-1059. doi:10.1074/mcp.M115.052993

종합하면, 쇼그렌 증후군의 구강건조는 침을 만드는 단백질이 사라져서가 아니라, 그 단백질에 입혀진 당옷, 특히 MUC7의 음전하 당사슬이 얇아지면서 침이 물을 붙잡고 점막을 적시는 능력을 잃기 때문이라는 그림이 그려집니다. 양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던 입마름을, 뮤신의 질이라는 관점이 한 겹 더 풀어 준 셈입니다.

인천 송도 이레한의원은 쇼그렌 증후군을 비롯한 자가면역질환을 진료하며, 겉으로 드러난 입마름과 불편뿐 아니라 그 아래에서 일어나는 분비와 점막의 변화까지 함께 살펴 환자 한 분 한 분의 상태에 맞춰 접근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침이 적게 나오지 않는데도 입이 마른 이유가 있나요?
A. 있습니다. 이 연구는 입마름이 침의 양만으로 정해지지 않음을 보여 줍니다. 침을 이루는 뮤신의 당사슬, 특히 음전하를 띤 시알산이 줄면 침이 물을 붙잡고 점막을 적시는 능력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분비량이 크게 줄지 않아도 침의 질이 나빠지면 건조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Q. 뮤신과 시알산이 구강건조와 무슨 관계인가요?
A. 뮤신은 침의 촉촉함과 윤활을 담당하는 단백질이고, 거기 붙은 시알산의 음전하가 물분자를 끌어당겨 수분막을 만듭니다. 쇼그렌 증후군 환자에서는 MUC7의 시알산이 든 큰 당사슬이 줄어들어, 수분 보유력과 윤활성이 함께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Q. 이 변화로 쇼그렌 증후군을 진단할 수 있나요?
A. 연구진은 MUC7 당화 변화가 침의 질을 평가하는 보조 지표가 될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다만 아직 연구 단계이며, 표본 수가 적어 추가 검증이 필요합니다. 정확한 진단과 치료는 전문 의료기관에서 받으시기 바랍니다.
⚠️ 본 글은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정확한 진단·치료는 전문 의료기관에서 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