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감수: 박석민 한의사 (대표원장)
쇼그렌증후군을 류마티스·루푸스와 구별하는 혈액 단백질 신호 — 4종 시그니처 연구
목차
입마름과 안구건조로 시작된 증상이 류마티스 관절염일 수도, 루푸스일 수도, 쇼그렌증후군일 수도 있다면 어떻게 가려낼 수 있을까요. 혈액 속 단백질 신호에서 그 실마리를 찾은 연구가 있습니다.

오늘은 세 자가면역질환을 혈액 단백질로 구별하려 한 시도를, 2021년 면역학 학술지에 실린 연구를 통해 정리해보겠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네 가지 단백질의 농도 조합이 쇼그렌을 류마티스·루푸스와 구별하는 데 매우 높은 정확도(특이도 최대 98.1%)를 보였습니다. 다만 아직 연구 단계로, 곧바로 진단에 쓸 검사는 아닙니다.
왜 가려내기가 어려운가
쇼그렌증후군은 침샘과 눈물샘이 공격받아 입마름·안구건조(건조 증상)가 나타나는 자가면역질환입니다. 문제는 초기 증상이 류마티스 관절염(RA)이나 전신홍반루푸스(SLE)와 겹친다는 점입니다. 세 질환 모두 건조 증상으로 시작될 수 있고, 시간이 지나야 본모습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진단의 기준이 되는 항SSA/SSB 항체나 침샘 조직검사도 완벽하지 않습니다. 항체가 없는 환자도 있고, 림프구 침윤 소견이 다른 질환과 겹치기도 합니다. 그래서 세 질환을 객관적으로 구별할 새로운 지표가 필요했고, 연구진은 단일 지표 대신 여러 단백질을 한꺼번에 읽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혈액 단백질 63종을 한 번에 읽다
연구는 프랑스 몽펠리에 대학병원에서 환자 95명을 모았습니다. 쇼그렌 42명, 류마티스 28명, 루푸스 25명입니다. 다른 질환에 동반된 이차성 쇼그렌은 제외해, 순수한 세 집단을 비교했습니다.
연구진은 면역세포의 이동, 염증 반응, 세포 간 신호전달에 관여하는 혈청 단백질 63종의 농도를 다중 면역검사로 한꺼번에 측정했습니다. 위 분석 지도는 이 63종이 어떤 생물학적 기능에 몰려 있는지를 보여주는데, 세포 이동·면역세포 이동·염증 반응·세포 간 신호 영역에 단백질들이 집중돼 있습니다. 이렇게 모은 데이터를 통계 분석해, 어떤 단백질이 한 질환을 다른 질환과 갈라놓는지 따졌습니다.
류마티스와 가른 신호
류마티스와 비교했을 때 의미 있게 갈린 단백질은 네 가지였습니다. 그중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BDNF(뇌유래신경영양인자)는 농도가 높을수록 쇼그렌일 가능성이 낮았고(오즈비 0.493), 반대로 I-TAC/CXCL11이라는 신호물질은 농도가 높을수록 그 가능성이 높았습니다(오즈비 1.344). 즉 환자들은 류마티스 환자보다 BDNF는 낮고 CXCL11은 높은 경향을 보였습니다.
흥미롭게도 CXCL11은 인터페론 감마에 반응해 활성화된 T세포를 염증 부위로 끌어들이는 물질로, 쇼그렌 침샘 병변에서 그 역할이 보고돼 온 신호입니다. 혈액에서도 같은 차이가 드러난 셈입니다.
루푸스와 가른 신호
루푸스와 비교했을 때는 여덟 가지 단백질이 갈렸는데, 두드러진 것이 sCD163과 프랙탈카인(CX3CL1)입니다. 두 단백질 모두 농도가 높을수록 쇼그렌보다 루푸스일 가능성이 컸습니다. 특히 프랙탈카인은 농도가 100단위 높아질 때 이 질환일 확률이 절반가량으로 줄었습니다(오즈비 0.534). 이 밖에 MCP-1/CCL2, TNF-알파 같은 염증 신호물질도 루푸스 쪽에서 더 높았습니다.
sCD163은 대식세포(이물질을 잡아먹는 면역세포)의 활성을 반영하는 표지자이고, 프랙탈카인은 백혈구를 염증 부위로 불러 모으는 역할을 합니다. 같은 자가면역질환이라도 어떤 면역세포가 주로 동원되는지가 다르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네 단백질의 조합 — 높은 정확도, 그러나
어느 한 단백질만으로 세 질환을 동시에 가르지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연구진은 가장 강하게 갈린 네 가지(BDNF, I-TAC/CXCL11, sCD163, 프랙탈카인)를 조합했습니다. 낮은 BDNF와 높은 프랙탈카인의 조합은 이 질환에 대한 특이도가 96.2%, 양성예측도 80%에 달했습니다. 높은 I-TAC와 낮은 sCD163의 조합은 특이도가 98.1%로 더 높았습니다.
다만 한 가지 중요한 단서가 있습니다. 이 조합들은 특이도(아닌 사람을 아니라고 가려내는 능력)는 높았지만, 민감도(맞는 사람을 찾아내는 능력)는 7~19%로 매우 낮았습니다. 즉 이 신호가 나타나면 쇼그렌일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신호가 없다고 해서 아니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선별 검사로 바로 쓰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뜻입니다.
공통의 뿌리, NF-κB와 IL-17
연구진은 네 단백질이 어떤 신호 경로로 이어지는지도 분석했습니다. 아래 네트워크 그림은 이 단백질들이 ERK1/2, NF-κB, IL-17, 인터페론 같은 핵심 경로와 어떻게 얽히는지를 보여줍니다.

분석 결과 NF-κB와 IL-17A가 이 단백질들을 위에서 조절하는 핵심 스위치로 지목됐습니다. NF-κB는 쇼그렌 환자의 침샘 세포에서 활성이 높아져 있다고 이미 알려진 경로이고, IL-17 역시 쇼그렌의 발생과 진행에 관여합니다. 이 연구는 Padern G, Duflos C, Ferreira R, et al (2021) Identification of a Novel Serum Proteomic Signature for Primary Sjögren's Syndrome. Frontiers in Immunology 12:631539 에 보고된 내용입니다. 혈액 단백질의 차이가 결국 염증을 이끄는 공통 경로의 차이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질환의 뿌리를 이해하는 단서가 됩니다.
인천 송도 이레한의원은 쇼그렌을 비롯한 자가면역질환을 진료하면서, 건조 증상 뒤에 숨은 질환을 신중히 구별하고 환자의 면역 상태 전반을 함께 살핍니다. 이 연구처럼 혈액 신호를 읽는 시도는 아직 연구 단계지만, 같은 건조 증상도 그 안의 면역 기전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진단부터 차분히 짚어가는 것이 치료의 출발점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이 검사를 받으면 제가 쇼그렌인지 알 수 있나요?
A. 아직은 아닙니다. 이 연구는 95명을 대상으로 한 탐색적 연구로, 네 단백질 조합이 높은 특이도를 보였지만 민감도가 낮아 선별 검사로 바로 쓰기는 어렵습니다. 더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한 검증이 필요한 단계입니다. 현재 진단은 증상·항체·조직검사 등을 종합해 이뤄집니다.
Q. 류마티스, 루푸스와 증상이 비슷하면 어떻게 구별하나요?
A. 건조 증상만으로는 구별이 어려워, 항SSA/SSB 항체, 침샘 기능·조직검사, 관절·신장 등 다른 장기 침범 양상, 질병 활성도 지표를 함께 봅니다. 시간이 지나며 각 질환의 특징이 뚜렷해지는 경우도 많아, 한 번에 단정하기보다 경과를 지켜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Q. BDNF나 프랙탈카인 같은 물질이 왜 면역질환과 관련이 있나요?
A. BDNF는 본래 신경 관련 인자로 알려졌지만 T세포·B세포 증식에도 영향을 줍니다. 프랙탈카인과 CXCL11은 면역세포를 염증 부위로 불러 모으는 신호물질입니다. 자가면역질환에서는 이런 물질들이 과하게 작동해 조직 손상을 부추기며, 질환마다 그 양상이 달라 구별의 단서가 됩니다.
⚠️ 본 글은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정확한 진단·치료는 전문 의료기관에서 받으시기 바랍니다.